조상님

세간의 영욕은 관심 없노라 (世間榮辱不關身)

jookwanlee 2021. 2. 18. 17:41

세간의 영욕은 관심 없노라 (世間榮辱不關身)

 

제월당집(霽月堂集) 제2권 / 시(詩)

이이중 민서 에게 부쳐 주다 5수○계해년(1683, 숙종9)〔寄贈李彝仲 敏敍○五首○癸亥〕

 

하나의 병으로 지루하게 오십 일 가까이 앓으니 / 一病支離近五旬

청춘에 귀향하겠다던 계획 어긋났네 / 還鄕初計負靑春

그대 부럽구나 강가 쉼터로 돌아가 / 羨君江上歸休地

물고기랑 새랑 안개랑 구름과 이웃하겠네 / 魚鳥煙雲共作隣

 

화창한 바람 물에 불어 물결 일렁이고 / 華風吹水碧粼粼

강가의 풀과 꽃들 차례차례 봄 자태 뽐내네 / 江草江花次第春

온 종일 난간에 기대 맑게 앉았노라니 / 終日倚欄淸坐處

세간의 영욕은 관심 없노라 / 世間榮辱不關身

 

높은 정자에 한번 누우니 온갖 생각 사라지고 / 一臥高亭萬慮收

눈앞에 마주한 건 백사장의 갈매기 뿐 / 眼邊相對只沙鷗

비 내린 봄 강에 안개 물결 펼쳐지니 / 春江雨後煙波闊

석양에 낚싯배 띄우기 정말 좋겠네 / 正好斜陽泛釣舟

 

벼슬할 때 일찍이 자리 나란히 했고 / 作寀曾聯席

관직 그만둘 때도 함께했지 / 休官又一時

나아가고 물러남 대략 서로 같았으니 / 行藏略相似

취향인들 어찌 다르랴 / 臭味豈嘗違

학포에 바람과 안개 특별하고 / 鶴浦風煙別

계족산에 깊은 골짜기 아름다운데 / 鷄山洞壑奇

어찌하면 일찍 돌아가 / 何如早歸去

몸에 벽라옷을 입을까 / 身着薜蘿衣

(이상은 진퇴격(進退格)을 사용하였다.)

 

타향살이에 병까지 많아도 / 客況仍多病

세월은 또 봄 돌아왔네 / 年光又一春

어쩌다가 강과 바다를 좋아하면서 / 那將江海癖

부질없이 저자와 조정에 맴도는 신세 되었나 / 虛作市朝身

흰머리는 늙음을 재촉하고 / 白髮催人老

푸른 산은 꿈에 자주 들어오네 / 靑山入夢頻

예전에 한가로이 지낼 때에는 / 向來樗散地

애당초 관직 사모하지 않았지 / 初不戀簪紳

 

[주-D001] 이이중(李彛仲) :

이민서(李敏敍, 1633~1688)로,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이중, 호는 서하(西河)이다. 영의정 이경여(李敬輿)의 아들이며, 도정 이후여(李厚輿)에게 입양되었다. 《西河集 附錄 家狀》

[주-D002] 나아가고 물러남 :

행장(行藏)은 용행사장(用行舍藏)의 준말로, 자신의 도를 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여 조정에 나아가기도 하고 은퇴하기도 하는 것을 말한다. 《논어》 〈술이(述而)〉에 “써주면 도를 행하고 버리면 은둔한다.[用之則行, 舍之則藏.]”라고 하였다.

[주-D003] 학포(鶴浦)에 …… 아름다운데 :

송규렴의 고향에 있는 포구와 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회상한 것인데, 학포는 어디인지 미상이다. 계산(鷄山)은 계룡산(鷄龍山) 또는 계족산(鷄足山)을 의미할 텐데, 아마도 송규렴의 고향과 더 가까운 계족산을 가리키는 듯하다.

[주-D004] 어찌하면 …… 입을까 :

고향으로 돌아가 지내고 싶다는 말이다. 벽라의(薜蘿衣)는 일반적으로 산속에 숨어 사는 은자의 복식을 말한다. 《초사(楚辭)》 〈산귀(山鬼)〉에 “벽려로 옷을 해 입고 여라의 띠를 둘렀도다.[被薜荔兮帶女蘿]”라고 하였다.

[주-D005] 진퇴격(進退格) :

율시에서 용운(用韻)하는 격식의 하나로, 진퇴체 또는 진퇴운이라고도 한다. 한 수의 시에 두 개의 서로 비슷한 운부(韻部)의 운자(韻字)를 가지고 격구(隔句)로 압운하여 일진일퇴(一進一退)를 거듭하므로 이렇게 부른 것이다. 이 시에서 시(時)와 기(奇)는 평성(平聲)의 지운(支韻)이고, 위(違)와 의(衣)는 평성의 미운(微韻)이다.

[주-D006] 한가로이 지낼 때에는 :

저산(樗散)은 가죽나무는 재질이 나빠 거의 버려진다는 뜻으로, 세상에 쓰이지 않아 한가하게 지냄을 비유하거나 자신에 대한 겸사로 쓰인다. 두보(杜甫)의 시에 “정공은 쓰이지 못한 채 백발이 되어서, 술만 취하면 항상 늙은 화사라 일컬었네.[鄭公樗散鬢成絲, 酒後常稱老畫師.]”라고 하였다. 《杜少陵集 卷5 送鄭十八䖍貶台州司戶傷其臨老陷賊之故闕爲面別情見於詩》

ⓒ 충남대학교 한자문화연구소 | 강원모 김문갑 이규춘 (공역) | 2018

 

寄贈李彝仲 敏敍 ○五首○癸亥

一病支離近五旬。還鄕初計負靑春。羨君江上歸休地。魚鳥煙雲共作隣。

華風吹水碧粼粼。江草江花次第春。終日倚欄淸坐a137_340b處。世間榮辱不關身。

一臥高亭萬慮收。眼邊相對只沙鷗。春江雨後煙波闊。正好斜陽泛釣舟。

作寀曾聯席。休官又一時。行藏略相似。臭味豈嘗違。鶴浦風煙別。鷄山洞壑奇。何如早歸去。身着薜蘿衣。右用進退格

客況仍多病。年光又一春。那將江海癖。虛作市朝身。白髮催人老。靑山入夢頻。向來樗散地。初不戀簪紳。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4

 

* 제월당집[霽月堂集]

조선 후기의 문신 송규렴의 문집. 1819년(순조 19) 현손 기정이 편집, 간행하였다. 규장각도서. 조선 후기의 문신 송규렴(宋奎濂)의 시문집.

내용

7권 4책. 목활자본. 1819년(순조 19) 현손 기정(基鼎)이 편집, 간행하였다. 권말에 기정의 발문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규장각 도서에 있다.

권1에 사(辭) 1편, 사(詞) 1편, 시 98수, 권2·3에 시 358수, 권4∼6에 소(疏) 51편, 계(啓) 4편, 행장 3편, 묘지 3편, 묘지명 1편, 묘갈명 2편, 권7에 묘갈명 1편, 제문 12편, 서(序) 2편, 상량문 1편, 명(銘) 2편, 잡저 3편, 부록으로 행장·신도비명·미호서원체향제문(渼湖書院腏享祭文)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에는 저자가 환로에 있을 때에 읊은 것이 많다. 「어초사(漁樵詞)」 1편은 강호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소는 사직소가 대부분이다. 「사대사간겸진시폐소(辭大司諫兼陳時弊疏)」에서는 국세가 위기일발에 있음을 강조하고 그 원인으로 누적된 폐단을 들었다.

그는 폐단으로 부세(賦稅)가 무겁고 요역(徭役)이 빈번한 것, 보포(保布) 징수에 있어 이웃과 일가까지 침징(侵徵)을 당하는 것, 국가의 쓸데없는 비용이 무절제한 것, 이서(吏胥)들의 주구(誅求)가 끝이 없는 것 등 4개 조항을 들고 있다. 다음에 그는 그 실태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소상히 설명하였다.

특히, 대동목(大同木)으로 인한 잔민들의 피해상황과 왕실·귀족들의 절제 없는 사치 풍토에 대해서는 당시의 정경을 연상할 수 있을 만큼 상세히 묘사하였다. 그 밖에 민사에 관한 것이 많으며, 송준길(宋浚吉)을 숭현서원(崇賢書院)에 배향할 것을 청하는 것도 있다.

서(序)에는 향약의 서문, 잡저에는 풍수에 관한 「지수설(地水說)」·「조석설(潮汐說)」 등이 있다. 아들 상기(相琦)가 찬한 저자의 행장에는 당시 송시열(宋時烈)·송준길을 두고 조야(朝野)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당색의 갈등상이 적혀 있어, 당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자료가 된다.

제월당집 [霽月堂集]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