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의 몰입원칙을 넘어서
중용의 몰입원칙을 넘어서
중용이 말하는 몰입의 다섯 가지 원칙은 아래와 같다.
① 박학(博學):넓게 배워라 ② 심문(審問):깊이 물어라
③ 신사(愼思):신중하게 생각하라 ④ 명변(明辯):명확하게 판단하라
⑤ 독행(篤行):독실하게 실천하라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서 ‘선비’라는 계층만큼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한 계층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철저한 자기 경영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했다. 동네에서는 지역사회의 여론 주도층이었고, 그들이 사는 지역 내의 다양한 분쟁을 조정하는 해결자이기도 했다. 때론 왕권의 가장 강력한 견제자로서 정책의 부당함을 목숨을 걸고 저지했고, 나라가 위급할 땐 붓을 꺾고 칼을 들었던 구국의 의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선비’계층의 가장 긍정적인 특징 하나를 들라면 바로 ‘몰입’이 가능한 계층이었다는 것이다. 선비들은 우선 독서에 몰입하는 훈련을 어려서부터 받았다. 어떤 책이든 잡으면 완전히 독파할 때 까지 끝없이 반복해서 그 뜻을 추적해 나가는 몰입의 방법을 몸에 익힌 사람들이었다.
<명심보감> 한 구절을 읽더라도 수백번 써 보고, 생각하고, 묻고, 토론하는 몰입의 과정을 통해 완벽하게 자신의 가슴속에 그 구절을 담는 훈련을 경험했다. 요즘처럼 몇 백권의 책을 읽고도 인생과 가슴에 전혀 담지 못하는 학생들과 대비된다. 어렸을 때 이런 몰입의 훈련은 다양한 방면에서 발휘되기도 했다.
다산의 형 정약전은 전라도 흑산도로 유배를 가서 흑산도 근해의 해양생물에 몰입해 바다생물에 관한 백과전서를 남기기도 했다. 글만 읽던 학자가 생물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몰입의 정신이었다. 조선의 선비들은 어떤 것이든 그들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면 무서울 정도의 열정으로 몰입해 그 이치를 깨달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몰입을 통해 자기 경영의 지침으로 삼았던 것은 <중용>의 5대 몰입의 원칙이었다.
공자의 손자였던 자사자가 쓴 <중용>에는 몰입과 관련된 5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박학’이다. 배우려면 넓게 배워라! 자신이 알고 전공하는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배움의 지평을 넓히라는 것이다. 공간을 허물고 새로운 스피드로 재무장하려면 다른 분야에 대한 배움의 확장이 있어야 한다. 그 배움의 확장이 내 분야에 대한 정확한 시각을 갖게 해 준다. 내 전공만 운운하는 사람에게서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이 나올 수 없다.
둘째, ‘심문’이다. 물으려면 깊이 구석구석 물어라! 묻지 않는 사람이 대답을 얻기란 불가능하다. 물음의 깊이와 넓이가 대답의 질을 높인다. 물으려면 대충 물어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구석구석 깊게 물어야 완전하고 좋은 대답을 얻을 수 있다. 대충 묻고 물음을 멈추는 사람은 결코 좋은 대답을 남에게 말해 줄 수 없다.
셋째, ‘신사’다. 생각하려면 신중하게 생각하라! 문제에 대한 사색과 고민의 깊이는 충분히 깊어야 한다. 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적절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 다각적인 안목과 시각으로 문제를 분석했을 때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한 번 생각할 것을 몇 번이고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넷째, ‘명변’이다. 판단하려면 명확하게 판단하라! 판단이 불확실하면 일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다. 정확하고 확실한 판단을 얻을 때까지 절실히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명확한 판단을 얻을 수 있다. 명확한 분별과 판단이 내려지면 이제 실행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다섯째, ‘독행’이다. 실행하려면 독실하게 실천하라! 배움과 물음, 생각과 판단 뒤에 바로 실행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실행은 독실하고 신실하게 해야 한다. 대충 해서는 안 된다. 독실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선비들은 이 5가지 몰입 이론에 근거해 어떤 분야든 끝까지 파고들어 그 원리를 깨치고 바닥을 보는 것을 선비 됨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조선 선비들의 자기 경영의 핵심이다. 5가지 몰입의 항목을 말하며 <중용>에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다른 사람이 한 번에 그 일을 해내면 나는 백 번이라도 해낼 것이며(人一能之, 己百之), 다른 사람이 열 번을 해 그 일을 해내면 나는 천 번이라도 해낼 것이다(人十能之, 己千之). 군자의 학문은 안 하면 안 했지(君子之學, 不爲則已). 한번 하면 반드시 완성을 본다(爲則必要其成).’
일명 이러한 정신으로 몰입할 때 얻는 새로운 안목과 지식은 어떤 지식보다도 강하다. 남들이 몇 번 시도하다 끝을 내려 할 때 적어도 천번 만번 시도해 끝장을 본다는 정신은 자기 경영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자세다. 똑같이 직장을 3년 다녔다고 해도 ‘기천(己千)’ 정신으로 산 직장인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현장을 보는 안목이 다르고, 대안을 찾아내는 수준이 다르다. 배우려면 넓게 배워라! 물으려면 깊이 물어라! 생각하려면 신중하게 생각하라! 판단하려면 명확하게 판단하라! 실행하려면 독실하게 실행하라! 남들이 열 번에 가능하다면 나는 천 번이라도 시도하리라! 일명 <중용>에서 말하는 몰입의 기쁨이다. [출처] 박재희 교수의 고전에서 배우는 셀프매니지먼트 - 중용의 다섯 가지 몰입원칙
이러한 중용의 견해는 인간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발견해낸 아마도 최상의 결론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생명수 같은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과 은혜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모든 지식과 지혜의 근본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다.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라 그의 계명을 지키는 자는 다 훌륭한 지각을 가진 자이니, 여호와를 찬양함이 영원히 계속되리라(시편 111:10)” 폭넓게, 깊이 그리고 부단히 진리를 깨우치는 기쁨으로 이를 배워갈 때에 진정한 인생의 승리는 보장된다.
인간의 지혜와 지식은 하나님의 말씀에 미칠 수가 없으며, 하나님의 말씀은 모든 인간의 지식과 지혜를 포함하고 그를 뛰어 넘어서 있다.
2009. 3. 27. 이 주 관